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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양식 최우선 순위자 사건
김한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세 번째 여행의 시작>어업면허의 유효기간이나 연장허가기간이 끝나면 어업권은 소멸되므로, 해당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다시 어업면허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어업권이 소멸하였다고 하여 20년간 해당 어업에 종사한 사람과 새롭게 어업면허를 신청한 사람을 동등하게만 심사한다면 이는 기존의 신뢰를 전혀 보호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법은 어업면허의 우선순위 제도를 두어 그 신뢰를 보호하고 있습니다(수산업법 제13조).
이 사건에서 A는 1965년 7월 23일 유효기간 10년의 백합양식어업면허를 받았는데, 이후 10년간 연장을 하여 최종 1985년 7월 22일에 연장허가기간까지 종료되었습니다. 연장허가기간 종료 뒤 A는 다시 백합양식어업면허 신청을 하였는데, 인근의 B어촌계도 같은 내용으로 어업면허 신청을 진행했습니다.
행정청인 C가 현지 확인조사를 실시한 결과, 위 어장 관련 지선어민들 대다수가 백합양식어업면허를 반대하고 있어 결국 C는 분쟁이 예상된다는 이유 등으로 A와 B어촌계의 면허신청을 모두 거절하였습니다. 그러자 B는 수산업법이 정한 최우선순위인 자신에게 당연히 면허를 내주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C의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쟁점>어업면허의 최우선순위자라면 무조건 어업면허를 받을 수 있을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1989. 5. 23. 선고 88누4034 판결>관계법령의 내용을 종합하여 고찰하면 구 수산업법 제16조(현 제11조, 면허의 금지)에 의하면 구법 제20조(현 제34조, 공익의 필요에 의한 면허어업의 제한) 제1항 제1호 내지 제3호에 해당할 때, 즉, 수산자원의 증식 보호상 필요한 때(제1호), 국방 기타 군사상 필요한 때(제2호), 선박의 항행, 정박, 계류, 수저전선의 부설 기타 공익상 필요한 때(제3호)에는 어업의 면허를 아니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바, 구법 제20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기타 공익상 필요한 때’라고 하는 경우의 ‘공익’이라는 것은 예시된 선박의 항행, 정박, 계류, 수저전선의 부설에 관련된 공익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의미의 공익(불특정다수인의 이익)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판단한다면, C가 수면의 종합적 이용으로써 수산업의 발전과 어업의 민주화를 도모하고 수산자원을 보호한다는 수산업법의 목적(법 제1조), 어장의 지선어민 대다수가 A에 대한 백합양식어업면허를 반대하고 있어 분쟁이 예상되는 점, A는 이 사건 어장과 수면구역이 거의 일치하는 어장에 대하여 20년간 백합양식어업면허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면허의 유효기간이 만료됨으로써 어업권이 소멸된 점 등 제반사정을 합리적으로 고려한 끝에 A에게 이 사건 어장에 대한 백합양식어업의 면허를 아니할만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면허를 거부한 것이 재량권의 한계를 넘었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소론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C가 분쟁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면허거부처분을 한 것은 아니다).
<판결의 의의>어업권 유효기간 만료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비교적 명확한 판례를 형성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어업에 관한 허가 또는 신고의 경우 유효기간이 지나면 당연히 효력이 소멸하고, 다시 어업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더라도 종전 허가나 신고의 효력이 계속된다고는 볼 수 없고, 아예 새로운 허가 내지 신고로서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업권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경우, 어업권은 당연 소멸하여 손실보상의 대상조차 될 수 없게 됩니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두5728 판결).
이러한 내용은 헌법재판소에서 인정되고 있는데, 최근 결정에 따르면 ‘어업면허의 우선순위에 관한 기대는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설령 우선순위에 관한 기대가 구체적인 기대권으로 재산권에 포함된다고 보더라도 어업면허는 공유수면에서 장기간 어업을 독점적·배타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내재된 공적 제약이 강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어업면허가 부여될 당시부터 내재되어 있는 제약이 구체화·현실화됨에 따라 면허기간이 만료된 후 다시 어업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재산권에 어떠한 제한 또는 침해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19. 7. 25.자 2017헌바133 결정)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수산업법상 어업면허의 우선순위라는 것은 일정한 기대권에 불과한 것으로서, 공익적 필요에 따라 상당한 제한이 가능하게 됩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이미 20년간 백합양식업을 하고 있었던 A조차 행정청이 정당한 공익을 근거로 내세운다면 법이 정한 우선순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어업면허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여행을 마치며>이 사건 이후 나온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수산업법령에 의한 우선순위 결정은 행정청이 우선권자로 결정된 자의 신청이 있으면 그에게 면허를 하지 아니할 만한 다른 사유가 없을 경우 다른 사람에 우선하여 면허처분을 하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행위로서 강학상 확약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여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6. 6. 11. 선고 95누10358 판결).
특히 위 95누10358 판결에서는 ‘우선순위자가 기존 면허어업의 어장을 불성실하게 관리하여 온 점, 다른 어촌계와의 사이에 어장분규가 발생한 점’ 등을 근거로 면허거부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실무적으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우선순위에 따라 어업면허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에 어장을 불성실하게 관리하거나, 근처 어민들과 분규가 발생하는 등 ‘특별한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경우에는 우리 대법원이 우선순위에 대해 그다지 큰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출처 : 현대해양(
http://www.hdhy.co.kr)